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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정탱의 뒷 이야기

postedJan 27, 2025

보홀 다이빙 솔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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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휴가로 보홀을 다녀왔다. 7월에도 갔었지만, 제주항공 스포츠 멤버십 기한이 1년이라, 최대한 많이 가야 뽕(?)을 뽑는다는 생각에 강행하게 되었다.

보홀에 가는데 출발을 월요일 아침과 일요일 밤을 두고 고민했었다. 시간과 피곤과 돈 중에 선택해야 하는 거다. 

월요일 아침에 출발하면 집에서 새벽 3시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새벽 2시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피곤한 대신 1박의 숙박 비용이 줄어든다.

일요일 밤에 출발하면 느긋하게 오후 4시쯤 출발하면 되고 느긋하게 공항에서 저녁도 먹지만 도착이 새벽 1시라 숙소에 들어가면 씻고 자는 데 2시쯤 된다. 그래도 어쨌든 긴장감 없이 잠을 청할 수 있어서 월요일 출발보다는 피곤이 덜 할 것이다. 대신 숙소 이용 시간이 몇 시간밖에 안 되는 데 1박의 숙박 비용을 내야 한다.

 

나는 쫓기고 피곤한 거보다 돈을 좀 더 내더라도 느긋하고 덜 피곤한 쪽을 선택했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 4시에 공항으로 출발했다. 

발권은 제주항공 앱으로 해 놓은 상태라 짐만 부치면 되었다. 

다이빙 장비가 있는 가방과 옷가지가 있는 가방 두 개를 부치려고 하는데 내 티켓은 수화물이 포함되지 않은 티켓이란다.(다이빙 장비가 들어 있는 큰 가방은 스포츠 멤버십으로 보낼 수 있다.) 어쩐지 싸더라니... 왕복 286,200원. 

다행인 건 돌아오는 티켓은 수화물 포함 가격이었다는 것이다. 또 다행인 건 옷가지를 담은 가방이 기내용 가방이었다. 휴~

그러나 안도의 한숨은 잠시, 문제는 짐 검사에서 드러났다. 수화물로 부칠 거로 생각해 작은 가방에 맥가이버 칼을 넣어 놨는데, 검색에서 문제가 됐다. 

버릴 것인지 나가서 집으로 택배를 부칠 것인지 선택하란다. 스위스 정품 칼인 데다가 선물 받은 거라 나가서 택배로 부치기로 했다. 

 

여권에 스티커를 붙여주고 검색을 위해 줄 서 있는 라인 옆쪽 통로로 나가 지정 대상자들만 드나들 수 있는 자동문으로 안내를 받았다. 

택배비 10,000원...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새로 구입하려면 그보다는 비쌌을 테니, 차라리 시간을 들이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나왔던 곳을 다시 들어가니 이전에 했던 과정은 생략하고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여러 명이 오면 혼자 라운지를 이용하기가 그런데 오랜만에 혼자 공항에 와서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현대 그린카드로 1년에 국내외 라운지를 10번 이용할 수 있는데, 일 년에 한 번 쓸까 말까다. 라운지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같이 다녀야 하나? ㅋㅋ

 

라운지에서 저녁을 먹고 보딩 타임에 맞춰 게이트로 갔는데 도착하자마자 보딩이 시작되었다. 어라?

어쩌다 보니 1등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 인생에 최초로 1등 입장이다. 와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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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입장... 별거 없다. ㅋㅋ 어차피 출발을 기다리는 건 똑같다. 대신 창가 자리를 선택했기에 자리 잡고 에어팟으로 음악을 들으며 편안히 기다리면 된다.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은 성능이 정말 뛰어나서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독립적인 공간을 느끼게 해 준다.

유럽처럼 10시간 이상 길게 가는 노선을 탈 때에는 창가보다는 통로 옆 좌석을 선호하는 편인데, 동남아처럼 한 번 앉으면 중간에 화장실 갈 상황이 별로 생기지 않는 짧은 노선은 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엔진 뒤보다는 앞쪽을 선호한다. 엔진 뒤는 가끔 매연 냄새가 날 때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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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해서 하늘을 보는데 별이 엄청 많이 보여 깜짝 놀랐다. 보홀도 예전과 달리 개발이 많이 되어 불빛 때문에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별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은하수까지는 아니어도 감탄이 쏟아질 정도로 별이 많이 보였다. 

아침 8시 30분에 다이빙을 출발한다고 하니 서둘러 씻고 잠을 잤다. 잠자리가 바뀌긴 했지만 자주 왔던 곳이라 익숙한지 편안하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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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과 숙식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보홀 블루 워터 다이빙 리조트다. 

10여 년 전쯤 우연히 인터넷에서 발견하고 한 번 와 보고는 이곳으로만 온다. 수영장이 없는 게 단점이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방과 화장실도 깨끗하고 음식도 맛있고, 바로 앞이 바다라서 산책하기에도 좋고, 주변이 관광 중심지라 인프라도 잘 되어있어서 놀기에도 좋다. 마사지 샵, 음식점, 선물 가게가 다 근처에 모여있다. 

맥도날드와 필리핀에서 가장 대중적인 졸리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냥 여기가 중심이라고 알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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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먼저 일어나 나왔나 보다. 항공기 탑승 이후로 또 1등이다.  

음식은 필리핀 사람이 하지만 주인이 한국분이라 그런지 한식 위주의 식단이 주로 차려진다. 

쌀은 좀 다르지만, 그래도 한국 쌀과 많이 비슷한 쌀로 밥을 짓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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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키우는 개가 아니라 그냥 동내 개다. 밥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고 왔다. 

옆에서 꼭 그렇게 쳐다봐야 하겠니? 그런다고 뭘 주지도 않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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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한테 왔다. 나는 부스러기라도 줄 줄 알았나 보다. 

"야, 나도 멍멍이 아빠야! 그렇게 쳐다본다고 마음이 약해지지 않아. ㅋㅋㅋ"

먹을 걸 주면 계속 올까 봐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개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음식물을 주지 않았다.

얘네들도 그걸 아는지 잠시 바라보다가 다들 제 갈 길을 떠났다. 

해변에 가면 주인 없는 개들이 꽤나 보인다. 모래 위에서 자는 개, 여러 마리가 몰려다니며 노는 개, 싸우는 개 등... 사람 노숙자와 똑같다.

동네 돌아다니는 개들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 현지인들을 보면 나름 서로 다른 삶을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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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45분. 그날의 다이빙 포인트에 대해 브리핑한다. 

현지인 마스터가 영어로 브리핑하는데 어렵지 않게 알아들을 수 있다. 물론 미국 영어 발음이면 더 잘 들리긴 한다.

대체로 영어 발음은 모국어를 따라가기 때문에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그걸 감안하면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

다이빙 샵이 어느 바다 쪽으로 있느냐에 따라 주로 가는 포인트가 달라지는 것 같다.

예전에 보홀로 다이빙을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엔 팡글라오 섬 북서쪽에 있는 샵으로 다녔었는데 그곳은 돌조 비치가 앞바다라 그런지 주로 돌조 비치에서 했다. 발리카삭은 한두 번 가본 거 같은데 파밀라칸은 팡글라오를 반 바퀴 돌아서 가야 해서 그런지 한 번도 안 가본 거 같다.

이곳에서도 돌조 비치 쪽으로는 가본 적이 없다. 주로 발리카삭이나 파밀라칸, 그리고 앞바다에서 다이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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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발리카삭 섬의 해변에서 찍은 사진이다.

발리카삭은 해양 국립 공원이라 그런지 산호도 잘 보존되어 있고 상어와 같은 대물은 없지만 거북이와 바라쿠다 무리, 잭피시 무리를 볼 수 있다.

가끔 다랑어도 나타나는데 큰 개체는 아닌 데다가 주로 한 마리씩 나타나서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발리카삭에서 다이빙은 많이 했어도 뭍에 발을 딛어본 적은 없었는데, 이날은 작은 배에 옮겨 타고 뭍에 와서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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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주위를 둘러보니 해먹이 보였다. 아무도 해먹에 관심이 없는 거 같아 얼른 해먹 위에 자리를 잡았다. 

필리핀은 한국의 여름과는 다르게 그늘에 있으면 그렇게 덥지 않다. 듬성듬성 가려지는 나뭇잎 그림자로 더위를 살짝 피해 누워있었는데 졸음이 몰려왔다.

잠시 눈을 붙였지만, 곧 이동하자는 소리가 들려왔고 뭍을 떠나 다시 큰 배로 옮겨 탔다. 큰 배에서 보면 발리카삭은 위 오른쪽 사진의 모습이다. 다른 배들도 많고 스쿠버 다이버들뿐 아니라 스노클링을 하러 온 사람들도 많다. 

 

 

 

 

아래의 사진은 파밀라칸 섬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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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밀라칸은 해양 국립 공원은 아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발리카삭보다 파밀라칸을 더 좋아한다. 뭔가 더 한가로운 분위기고 큰 무리의 물고기는 많이 없지만 그래도 발리카삭 못지않게 아름다운 바다를 간직하고 있다. 

이날 우리 팀은 모터가 두 개 달린 작은 배를 타고 왔다. 리조트에 우리 팀 말고 한 팀이 더 있었는데 인원이 많다 보니 그쪽이 큰 배를 이용하고 우리는 작은 배를 이용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파밀라칸으로 가는데 주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날은 힘 좋은 모터를 두 개나 달고 있어 그런가 30분 만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배에서 내리자마자 모두 똑같은 소리를 냈다. 

"와아,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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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 중에 누가 이런 곳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나보고 서 보라고 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풀었던 복장을 다시 입는데, 사진은 자연스럽게 찍히는 게 더 잘 나온다고 복장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자세를 잡는 데까지 몇십장을 찍어 줬다. 오오... 이분과 계속 함께 다니고 싶을 정도로 사진을 맘에 들게 잘 찍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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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면 파도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섬이다. 발리카삭처럼 다이버들도 많지 않고 스노쿨링을 하러 오지도 않는다.

예보에는 비가 온다고 되어있었는데 저 멀리 유화 그림과 같은 구름만 보이고 이곳은 해가 쨍쨍 이다. 

한 달 정도 이런 곳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상도 살 수 있겠지만 조금은 무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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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으로 고기가 나왔다. 지방이 많은 것으로 보아 뒷고기가 아닐까 한다.

나는 혼자 와서 단독으로 한 상을 차지했다. 안 그래도 다이빙 후라 허기졌는데 고기라니! 고기라니! ㅋㅋㅋ

혼자 두 접시나 먹었다. 더 갔다 주려고 하는데 너무 배불러서 마다했다. 고기를 먹을 땐 술이 빠질 수 없지.

소주는 비싸서 좀 그렇고 필리핀 맥주로 유명한 산미구엘 한 병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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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몰랐는데 블루 워터 다이브 리조트가 망고 쉐이크 맛집이었네. ㅋㅋㅋ

한 번 맛 보고 하루에 두 잔씩 먹었다. 1일 2망고 쉐이크.
다이빙 끝나고 씻고 나와서 한 잔 갖고 들어가서 먹고, 저녁 먹고 좀 쉬다가 나와서 다시 한 잔 갖고 들어가 먹고. 맛있는 망고 쉐이크. 가격도 저렴하고. 좋았어!!

 

최근에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할로망고'라는 아이스크림 집에서 망고 컷을 판다는 것이다.

"오! 그런 걸 판다고요?" 왜 난 여태 그걸 몰랐던가... 그냥 과일을 사서 잘라 먹으려고만 생각했지(물론 귀찮아서 안 샀지만 ㅋㅋ) 잘라져 있는 걸 판다고는 생각 못 했는데, 그런 게 있다는 걸 알았으면 진작 사서 냉장고에 재어 놓고 먹었을 텐데. ㅋㅋ

이번 2월에 다시 가니까 그때는 큰 거 하나 사서 냉장고에 재어 놓고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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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밴드가 연주하는 펍을 다시 찾았다. 2020년 이전에 봤던 맴버는 보이지 않고 새로운 얼굴들로 바껴 있었는데 다행인 건 기타리스트는 그대로였다. 기타리스트 때문에 이 밴드를 좋아한 거였기 때문에 다른 맴버는... 글쎄 싱어도 전에 있었던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남자가 좋긴 했었는데... 뭐 어쩔 수 없지.

 

2008년에 처음 왔을 때 보홀은 시골처럼 한적한 곳이었는데 이제는 엄청 번화해지고 있다. 심지어 고층 빌딩도 들어오려고 하나보다. 

2020년만 하더라도 중국인이 많았는데 이제는 온통 한국인이다. 거리는 물론이고 괜찮은 식당이나 마사지 샵 주인들도 대부분 한국인이다.

한국인이 많아 여행하기엔 안전한 느낌은 들지만, 보통 해외에선 한국말이 들리지 않아 익명의 자유를 느꼈는데, 이번엔 곳곳에서 들리는 한국말이 오히려 노이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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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1일 2망고를 한 것처럼 작년 7월에는 1일 1마사지를 했다. 하루에 한 번은 마사지를 받으러 간 것이다. 예전에 갔던 곳은 있었지만 코로나 시기 이전이었고 주인도 바껴 있었기에 새로운 곳을 찾아보기로 했었다. 당시엔 일단 가장 비싸고 평도 좋은 타이거 마사지샵이라는 곳을 먼저 갔었다. 비교 기준이 필요했던 거였다. 이후로 주변에 있는 괜찮다는 다른 마사지 샵을 다 돌았지만 결론은 그냥 돈을 더 주더라도 괜찮은 곳을 가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굳혀졌다. 그곳이 바로 타이거 마사지샵이다. 

 

일단 타이거 마사지 샵은 다른 곳에 비해 더 비싸다. 그러나 시설도 새거라서 그런지 깨끗하고 밝고, 게다가 대접받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마사지사가 배정되면 발을 씻겨 주는데, 자리에 앉으면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내 손을 잡으면서 자기 이름을 말하며 소개를 한다.

그곳의 특색으로 만든 행동이겠지만 그래도 약간 자존심이 상할 거 같은데 어쨌든 대단한 거 같다.

마사지도 보통 마사지사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방법적으로 순서를 맞춰서 그런가 마사지사가 바껴도 어느 정도 평균은 하는 것 같다.

 

이번엔 5일 동안 한 번만 간 거 같다. 대신 집에서 요가 매트를 가져가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스트레칭을 했다. 나는 그냥 이 방식이 더 맞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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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날까지 날씨가 좋아서 좋았다. 나는 날씨 요정~ ㅋㅋㅋ

이번 2월에 다시 가는데 작년 7월에 왔을 때 가장 느낌이 좋았던 그 칵테일 바에 가서 칵테일 한 잔 다시 마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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