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부모님을 모시고 무주 덕유산 리조트 내에 있는 호텔 티롤을 다녀왔다.
가을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덕유산 쪽으로 가면 어떨까 하고 숙소를 검색했다.
덕유산은 예전에도 몇 번 갔었고 덕유대 야영장으로도 캠핑을 와봤던 터라 그때의 좋았던 기억으로 방향을 잡은 거였는데 뜻밖에도 너무 이쁜 호텔을 발견했다.
디럭스보다 한 단계 높은 프리미어룸으로 잡았는데, 부모님은 트윈룸으로 하고 나는 더블룸으로 선택했다.
아치형의 입구도 이쁘고 방도 크고 침대도 일반 퀸사이즈보다 더 넓었다.
화장실도 넓어서 좋았는데 특히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수전과 욕조 손잡이가 인상적이었다.
이곳 홈페이지를 보니 쉬탕엘비르트(STANGLWIRT) 호텔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얘기가 있어 그곳이 어떤 호텔인지 찾아봤다.
사이트로만 봤을 때 쉬탕엘비르트는 오스트리아에 있는 완전 고급스러워 보이는 호텔이다. 완전 가보고 싶다. ㅠㅠ
호텔 티롤도 모티브로 삼은 대로 유럽 스타일로 비슷하게 잘 꾸며 놓은 것 같다.
아래 링크를 걸어놨으니 직접 보면 좋을 거 같다.
호텔 티롤을 소개하는 책자의 표지 그림도 이쁘다. 마치 동화나 영화에 나오는 건물 같다.
사진을 찍어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더니 지인에게서 유럽에 갔냐고 DM이 왔다. ㅋㅋㅋ
아니 정말 말 안 하면 유럽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인테리어마저 유럽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여기는 무주 스키장과 리조트가 있는 곳에 있어서 11월엔 비수기라고 할 수 있다.
보통 11월엔 단풍이 다 졌을 때지만 이때는 유난히 단풍이 늦게 들어서 11월 초가 되어서야 절정이 왔다.
우리는 우연히도 날짜를 잘 잡아서 때마침 잘 온 것이다.
텅 비어 있는 리조트를 부모님과 산책 삼아 돌아봤는데 한적하니 좋았다.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판타지나 공포 게임물에 나오는 마을 풍경 같았다.
디아블로에서 본 듯한 느낌이랄까... ㅋㅋㅋ 팔라딘이 되어 싸워야 하는...
우물처럼 꾸며 놓은 거 같은데 저런 디테일함이 좋다. 게다가 진짜 돌과 주물로 된 쇠를 재료로 써서 놀이동산처럼 가벼워 보이지는 않았다.
식당은 뷔페가 아니라 단품으로 주문해야 하는 곳이었다.
스키 시즌에는 뷔페로 바뀐다고 하던데... 뷔페가 아니어서 아쉽긴 했지만, 단품도 맛있었다.
단풍 구경은 어차피 다음 날 곤돌라를 타고 덕유산으로 올라가려는 계획이었기에 호텔에서 여유 있게 지내기로 했다.
화장실에 욕조도 있어서 반신욕도 좀 하고, 침대에서 뒹굴면서 책도 좀 읽고, 이런 집에서 살았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고... ㅋㅋ
밤늦게까지 그러고 있었다.
산 밑에는 단풍이 절정인데 올라갈수록 점점 휑해졌다. 정상은 그냥 초겨울의 모습이었다.
몇 년 전에 친구랑 둘이 왔었을 때는 이곳에 눈이 있었다. 심지어 4월이었는데 말이다.
산 밑에는 봄인데 위에 올라오니 아직 하얀 눈이 쌓여 있어 겨울인 것 같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얼마 안 있으면 24/25 겨울도 끝나간다. 봄이 되면 덕유산으로 등산도 한 번 와야지.
덕유산은 올라가기만 하면 내려가는 건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서 좋다.
물론 곤돌라에서 내려 주차한 곳까지 반대편으로 가야 하지만, 버스나 택시가 있다면 쉽게 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예전에 기다려도 오지 않아 한참을 걸어 내려가서 도로를 따라 한 시간을(실제로 한 시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산행해서 힘들어서 그런지 느낌적으로는 한 시간이었다.) 걸어서 주차장에 갔던 기억이 난다.
올해 봄에 같이 산행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같이 갈 사람? ㅋㅋㅋ